月刊 아이러브 PC방 3월호(통권 400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난 겨울 성수기 PC 가동률을 보면 코로나19가 PC방 업계에 남겨놓은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오랜 경기 침체로 전국 PC방 수가 지속해서 줄어들고 있지만 그렇다고 나머지 매장의 매출이 오르는 것도 아니다. 그나마 코로나 시절보다 조금 나아진 정도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도 지금의 상황에 대입하기엔 무리가 있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이렇다 할 출구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법. 무엇이라도 해본다는 자세로 임해야 하는데, 현 상황에서 한 발짝이라도 나아가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PC방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며 더 큰 도약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대전의 한 PC방을 찾아 답을 구해봤다.

대전 퍼펙트 PC방 김용래 대표
대전 퍼펙트 PC방 김용래 대표

20년 노하우를 집약한 매장 구조
대전광역시 유성구 덕명동에 자리한 퍼펙트 PC방은 업계 경력 20년 이상의 베테랑인 김용래 대표의 노하우가 집약된 매장이다. 건물 엘리베이터와 매장 내부가 바로 연결되어 있고, 카운터 역시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마주할 수 있는 위치에 마련했다.

이러한 매장 구조는 김 대표의 경영 철학에서 비롯됐다. 그는 “과거와 달리 PC방은 손님이 구태여 카운터에 오지 않아도 시간 충전이나 먹거리 주문, 기타 문의를 앉은 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다. 업주와 이용객 간 소통이 거의 없는 시대인데, 출입구에 인접한 카운터 배치는 최소한의 소통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적어도 손님과 눈인사 정도는 하겠다는 의지다.

김 대표의 20년 노하우는 매장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카운터에서 클라이언트 좌석 전체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배치해 매장의 전반적인 상황을 수시로 체크할 수 있도록 했고, 천장에는 매립형 LED 조명을 촘촘히 배치해 밝은 분위기를 조성했다. 각종 피규어를 비롯해 다양한 인테리어 소품으로 포인트를 주고, 통로 바닥은 시냇물이 흐르는 듯한 아트 타일로 장식해 자연 친화적인 느낌을 연출했다.

특히 클라이언트 좌석에 빨강과 노랑, 흰색, 파란색 등 다양한 색상의 키보드를 배치해 획일화를 탈피하고, 각각의 자리에 개성을 살렸다. 김 대표는 “얼마 전 조합에서 이벤트를 진행한 지데빌 키보드가 눈에 들어와 인테리어를 겸해서 교체 작업을 해봤다”며 “이용객들의 반응이 좋아 만족하고 있다”고 전했다.

퍼펙트 PC방은 대전 한밭대학교 인근의 전형적인 대학 상권 매장으로, 일반적인 PC방이었다면 오전 내내 공치기 일쑤였을 터다. 그러나 매장을 개성 넘치고 감각적으로 구성한 덕에 취재 당시 평일 낮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이용객이 하나둘 자리를 메우기 시작했다.

엘리베이터와 바로 연결된 출입구
엘리베이터와 바로 연결된 출입구
개성 있는 게이밍 기어
개성 있는 게이밍 기어

PC방의 활로는 이스포츠에서 찾아야
김용래 대표의 노하우는 하루아침에 쌓인 것이 아니다. 본격적인 PC방 운영에 앞서 지난 2003년부터 ‘리니지’, ‘아이온’, 블레이드앤소울‘,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등 걸출한 게임들의 PC방 유통관리를 맡으며 게임 업계의 분위기를 익혔고, 이를 기반으로 2011년 PC방 컨설팅 업체를 세워 매장 운영 지식이 부족한 초보 PC방 업주들에게 현재까지도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수년간의 경험을 쌓은 김 대표는 지난 2014년 비로소 첫 매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대전을 비롯해 천안, 아산, 인천까지 사업 범위를 넓혀가는 한편, 원체 게임을 좋아했던 터라 이스포츠 팀을 꾸려 선수와 지도자 육성에 힘을 쏟았다. 매장에서 주기적으로 이스포츠 대회를 진행하는 것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PC방 업계 전체가 휘청거린 코로나19 사태는 김 대표에게도 큰 어려움을 안겼다. 그동안 일군 매장들을 눈물을 머금고 하나둘씩 정리해야만 했는데, 마지막까지 버티고 살아남은 매장이 현재의 퍼펙트 PC방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겪는 와중에도 김 대표는 PC방에 닥친 위기를 극복할 수단을 찾기 시작했고,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은 이스포츠였다. 그동안 개인적인 소망으로 지원해왔던 프로 게임팀을 보다 전문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갤럭시이스포츠를 설립했고, 지난해 초에는 세종 지역을 연고로 둔 이스포츠팀 ‘울트라세종’도 창단했다. 현재는 ㈜미래엔이스포츠 이사로서 활동하며 PC방 아마추어에서 프로 선수로 이어지는 풀뿌리 이스포츠 양성을 실천하고 있다.

김 대표가 지원한 아마추어 팀의 우승
김 대표가 지원한 아마추어 팀의 우승
카운터에서 매장 전체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카운터에서 매장 전체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함
현재 전국 PC방 중 100여 개의 매장이 이스포츠 시설로 지정돼 아마추어 경기를 진행하고 있다. 김용래 대표의 퍼펙트 PC방 역시 정부 공인 이스포츠 시설 중 하나이며, 운영 노하우를 따지자면 전국 톱클래스 안에 든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대표는 PC방이 이스포츠 시설로서 꾸준한 수요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매장에서 진행하는 경기들이 단발성으로 그쳐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경기 운영을 매끄럽게 진행하는 것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은 주기적인 대회 개최를 통해 PC방이 이스포츠 시설이라는 인식이 지역민들에게 각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풀뿌리 이스포츠가 활성화되고, 그러면 그 중심에 PC방이 우뚝 설 자리가 마련된다는 논리다.

PC방이 중심이 되는 아마추어 이스포츠 활성화를 위해서는 시설 현대화와 업주의 부지런함이 필수적이다. 업주 스스로 이스포츠에 관심이 없다면 PC방은 현재에 머무르며 발전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가정용 PC 사양이 상향 평준화된 현재, 높은 PC 사양은 이제 더는 미룰 수 없는 필수 요소가 됐다. 퍼펙트 PC방을 방문했을 때 우연히 그래픽카드를 배송받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는데, 박스에 적힌 제품명은 지포스 RTX 4090으로 일반적인 PC방에서 들여놓기 부담되는 최고 사양의 그래픽카드였다. 김 대표는 이들을 프리미엄 좌석에 일부 배치해 고사양 PC를 원하는 이용객을 맞을 것이라 설명했다.

프리미엄 좌석에 배치한 그래픽카드가 300만 원에 달하는 고가의 장비인 만큼, 퍼펙트 PC방 클라이언트 PC의 평균 사양도 준수하다. CPU는 인텔 12400F, 그래픽카드는 지포스 RTX 3060, 메모리 32GB가 일반석 사양이다. 프리미엄 좌석에는 그래픽카드 사양을 RTX 3070Ti 수준으로 높였으며, 일부 초고사양 좌석에는 앞서 언급한 RTX 4090으로 구성했다.

PC 사양에 자신 있는 만큼 김 대표는 이용요금을 주변 매장에 비해 다소 높게 받고 있다.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PC방은 PC 사양으로 경쟁해야지, 기본을 갖추지도 않고 그저 가격으로 경쟁하면 도태된다고 생각한다”고 단언했다.

먹거리를 판매한 후 그릇 회수조차 이용객의 셀프서비스에 맡긴다는 김 대표, PC방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게 최상의 게이밍 환경을 제공하면 그 자체로 경쟁력이 된다는 그의 경영 철학에서 앞으로 PC방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엿볼 수 있었다.

RTX4090 좌석만 찾는 손님도 있다
RTX4090 좌석만 찾는 손님도 있다
식사 후 그릇 회수는 이용객 몫
식사 후 그릇 회수는 이용객 몫
일반석과 구분한 이스포츠 전용 좌석
일반석과 구분한 이스포츠 전용 좌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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