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 PC방 1월호(통권 398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서 북쪽으로 4~5분 정도 걸어 올라간 시간이 지난해 12월 중 손에 꼽을 만큼 어려운 길이었다. 2023년 들어 가장 추운 한파를 기록한 날, 인텔 아크 알케미스트 시리즈(이하 A시리즈) 그래픽카드를 장착한 PC방을 취재하기 위해 오랜만에 연세대 앞 거리를 찾았다.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의 연세대학교 앞 삼거리를 지나면, 스타벅스 건물 맞은편 3층에 익숙한 ‘Powered by intel’ 문구가 새겨진 아크 PC방이 보인다. 3층과 4층을 통합한 아크 PC방은 외관에서 통일감을 주기 위해 홍보 문구를 3층에만 배치했다. PC방 최초로 인텔 그래픽카드를 적용한 시스템에 대한 기대감을 안고 매장으로 들어섰다.

2개 층 280석 규모, 온통 ‘인텔’과 ‘아크’
그동안 지면과 인터넷신문 기사를 통해 수차례 언급하기도 했지만, 인텔 A시리즈 그래픽카드를 PC방에 적용하는 것은 AMD 라데온 시리즈를 도입하는 것보다 더 무모한 말 그대로 ‘도전’이다. 인텔의 그래픽카드 시장 점유율은 내장그래픽 덕분에 항상 1위를 지키고 있지만, AIB 그래픽카드는 출시 1년이 지난 지금도 종합 평가가 ‘?’이기 때문이다.

기존 3층과 4층으로 분리되어 있던 PC방을 하나로 엮은 아크PC방은 이름 그대로 인텔의 A시리즈 그래픽카드를 세계 최초로 적용한 PC방이다. 의외로 인텔은 이번 알케미스트 시리즈 이전에도 AIB 그래픽카드를 만든 적이 있는데, 1998년에 출시한 ‘i740’은 비슷한 시기에 판매되던 3DFX의 ‘부두’, 엔비디아 ‘리바128’ 등 다른 제품들보다 성능이 떨어져 흥행에는 실패한 바 있다.

그래서 이번 A시리즈의 PC방 데뷔는 세계적으로도 PC방 시스템이 보편화돼있는 국내 시장에선 고무적인 일이다. 실제로 아크PC방이 오픈할 때 인텔 본사의 임직원들이 이곳을 방문해 PC방 내부와 시스템을 직접 보기도 했다. 인텔에서도 A시리즈가 구동되고 있는 이 PC방을 눈여겨보고 있다는 뜻이다.

아크PC방에 들어선 시간이 평일 오후 3시경이었는데, 연세대 학생들의 기말고사 시험 기간이었던 당시 3층은 이미 좌석의 80% 이상이 손님들로 북적였고, 서너 명의 단체 손님들은 직원의 안내에 따라 4층으로 이동하기도 했다. 12월 중순 기준으로 오픈한 지 1개월 정도가 된 아크PC방은 이미 연세대 학생들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로부터 ‘게임 맛집’으로 소문이 난 듯했다.

아크PC방의 내부는 인텔 고유의 푸른 컬러로 말 그대로 도배가 돼 있다. 실내 벽면과 칸막이 등은 인텔 CPU와 아크 그래픽카드를 알리는 디자인으로 가득 차 있고, 적당히 밝은 조도를 유지해 주는 천장의 조명과 더불어 파티션의 가로 조명도 푸른 컬러로 특색을 더하고 있다.

3층과 4층의 입구에는 인텔 CPU와 A시리즈 그래픽카드의 패키지가 장식돼 있다. 엔비디아 지포스 시리즈의 녹색 박스는 PC방에서 숱하게 봤지만, 인텔의 A770 그래픽카드 박스를 PC방에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4층은 여느 PC방처럼 모든 공간이 PC로 가득 차 있는데, 3층은 조금 다르다. 카운터 오른쪽에는 좌석 두 줄 정도를 더 배치할 수 있는 공간을 비워 고성능 노트북을 전시하고 있다. 레노버, 에이수스, MSI 등 각종 브랜드에서 출시된 고사양의 게이밍 노트북들인데, 여기서 일부는 판매가격 300만 원 이상의 고가 제품들이다.

같은 구조의 4층이 150석인데 3층이 130석인 이유는 이 쇼룸 때문이다. 더욱 촘촘한 공간 활용으로 매출을 높이는 것보다는 인텔의 브랜드 이미지와 제품 홍보를 위해 이 공간을 할애한 것이다. 덕분에 손님들이 4층보다 먼저 보게 되는 3층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여유롭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아크PC방은 심플해서 오히려 눈에 띈다
아크PC방은 심플해서 오히려 눈에 띈다
입구를 장식하고 있는  CPU와 그래픽카드 패키지
입구를 장식하고 있는  CPU와 그래픽카드 패키지

아크 존에 A770 그래픽카드 장착 ‘NO PROBLEM’
아크PC방은 전 좌석에 인텔 i5-13400F 프로세서와 16GB 메모리를 조합했고, 그래픽카드는 상징적인 인텔 A770과 지포스 RTX4060이다. FHD 27인치와 32인치가 섞여 있는 모니터는 모두 LG전자 울트라기어 모델로, 165Hz 이상의 고주사율 제품을 배치해 어떤 좌석에서든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높은 프레임레이트로 즐길 수 있도록 했다.

4층의 프리미엄 존은 CPU를 최근 출시된 i7-14700KF로 적용했고, 3층에 있는 아크 존에는 A770 그래픽카드가 적용돼 있다. i5-13400F는 6+4코어 16쓰레드, i7-14700KF는 8+12코어 28쓰레드 구성이다. 인텔 14세대 CPU는 i7 라인업에서 E코어 4개가 추가돼 전작 대비 성능 향상 폭이 가장 크다. 덕분에 인텔 14세대 CPU와 지포스 RTX40 시리즈가 조합된 PC는 현존하는 PC방 시스템 중 최고 수준이란 타이틀을 얻게 됐다.

하지만 무엇보다 관심이 모이는 곳은 A770이 적용된 3층의 아크 존이다. 해당 좌석은 손님들에게 상당히 인기가 있었는데, 처음 들어갔을 때는 비어 있었지만 4층을 잠시 돌아보고 내려오니 자리가 모두 차 테스트를 해보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렸다. A770 그래픽카드는 단지 제품 홍보를 위해 장착만 한 것이 아니라, 오픈하기 전부터 수개월 동안 노하드솔루션 업체와 협업해 최적화 과정을 거쳤다. 덕분에 현재까지 A770 좌석에서 게임 실행, 충돌 등의 문제가 보고된 적은 없다고….

4층 프리미엄 존은 i7-14700KF가 적용됐다
4층 프리미엄 존은 i7-14700KF가 적용됐다

안정성 ‘Not bad’, 종합 성능 ‘Very good’
보통은 취재를 위해 PC방을 방문할 때 PC 테스트를 별도로 진행하지는 않는다. CPU, 메모리, 그래픽카드, 파워서플라이 등 PC 본체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조합은 이미 기사에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크 PC방은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i5-13400F와 A770 조합이 있어 4층의 프리미엄 존과 3층의 아크 존 두 곳에서만 간단한 테스트를 진행했다. 무엇보다 수많은 게임들과의 호환성 그리고 A770의 실제 성능이 궁금했다.

성능 테스트는 ‘배틀그라운드’로 진행했다. 자리가 다르면 같은 리플레이 영상으로 프레임레이트를 체크할 수 없어, 이번에 추가된 론도 맵에서도 가급적 비슷한 지역에서 비슷한 행위를 통해 최대한 일관성을 가지려 했다.

먼저 i7-14700KF와 RTX4060이 조합된 PC의 성능은 딱히 언급할 여지가 없을 만큼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였다. 프랩스 프로그램을 띄워놓고 테스트한 결과 게임을 진행하면서 연막탄과 수류탄, 화염병 등을 수없이 던지며 전투를 진행해도 프레임레이트 세 자리 중 앞자리가 1로 잘 떨어지지 않고 200대를 꾸준히 유지했다.

i5-13400F와 A770이 조합된 PC에서 진행한 테스트는 가끔씩 100 이하로 떨어지긴 했지만 최대 370FPS, 평균 165FPS를 유지해 RTX3060 수준의 성능을 보여줬다.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그래픽카드 사양을 언급하지 않으면 꽤나 고사양 시스템을 경험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용객들이 A770 프리미엄 존에서 게임하는 모습을 잠시 지켜봤는데, 프레임 지연이나 끊김 등을 발견할 수는 없었다.

뭐든지 처음이 어렵다고 했다. 인텔 아크 그래픽카드는 처음 출시됐을 당시 보유하고 있는 하드웨어만큼의 퍼포먼스를 내지 못한다는 혹평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꾸준한 드라이버 업데이트로 제 성능을 찾아갔고, 마침내 경쟁 모델인 RTX3060 수준까지 올라왔다. 여기에 16GB가 탑재된 VRAM으로 인해 향후 성능이 좀 더 향상될 여지도 남아 있다. 지금까지의 개선 속도라면 조만간 RTX3060Ti 수준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도 하게 된다.

PC방 시장과 개인 사용자를 통틀어 A770 시리즈에 남은 과제는 드라이버 업데이트, 가격, 그리고 차세대 배틀메이지(B) 시리즈로, PC방에서 저변을 넓히기 위해 가장 먼저 개선해야 하는 것은 판매가격이다. A770의 판매가격은 해외에서 꾸준히 하락하고 있지만 국내에선 아직 출시 당시와 비슷해 경쟁력이 떨어진다. 지금의 성능에서 가격이 좀 더 하락해 가성비를 갖춘다면 A시리즈를 도입하는 PC방이 좀 더 늘어날 듯하다. 신촌의 아크 PC방이 A시리즈 부흥의 시발점이 되길 기대해 본다.

3층의 A770이 설치된 인텔 아크 존
3층의 A770이 설치된 인텔 아크 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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