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5월호(통권 330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높은 사양을 요구하는 <배틀그라운드>의 높은 점유율로 인해 PC방 업주들에게 최신 하드웨어 정보는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최근 PC방 커뮤니티에는 <배틀그라운드> 최적화에 대한 다양한 질문이 올라오고 있고, 최신 하드웨어 정보를 공유하는 글도 부쩍 늘어났다.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일부 업주들은 144Hz 이상의 고주사율 게이밍 모니터나 가로 비율이 긴 울트라 와이드 모니터의 성능을 충분히 끌어낼 수 있는 시스템 조합에도 관심이 높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뛰어난 성능의 그래픽카드는 물론 고성능 프로세서도 PC방의 주요 관심사가 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출시된 AMD 라이젠 프로세서는 유례없는 멀티쓰레드 성능과 가성비로 PC방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이에 인텔은 코어를 늘린 커피레이크를 긴급 투입해 방어에 나섰고 엎치락뒤치락하던 점유율도 보합세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지난 4월 19일 마침내 AMD가 완성도를 더욱 끌어올린 2세대 라이젠 피나클릿지를 출시하면서 잠잠하던 시장이 다시 술렁거리고 있다. 인텔 또한 이에 질세라 300시리즈 메인보드의 보급형 라인업을 투입하며 대응에 나섰다. 다가올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양사의 불꽃 튀는 경쟁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실력파 2세대 라이젠으로 공세 이어가는 AMD
라이젠은 누가 뭐래도 극도로 편향됐던 시장 분위기에 반전을 일으킨 장본인이자 기울어가던 AMD를 일으켜 세운 일등 공신이다. 출시 초기 물량 공급 문제 등으로 다소 우여곡절을 겪긴 했지만, 프로세서 시장에서 존재감이 약해진 AMD를 당당히 인텔의 경쟁자 반열로 끌어 올렸다.

 

달라진 AMD의 위상은 변화된 시장 점유율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라이젠이 출시되기 전인 지난 2016년 12월 2%대에 머물던 AMD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라이젠 7 출시 직후인 3월에 6.2%로 껑충 뛰어올랐다. 이어 메인스트림급 라이젠 5가 출시된 7월에는 16.73%까지 상승했고, 엔트리급 라이젠 3를 내놓은 9월에는 24%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인텔이 커피레이크를 투입하며 다시금 공세를 펼치자 하락하기 시작했고 올해 초부터 2세대 라이젠이 출시되기 직전인 지난 3월까지는 계속해서 15% 선에 머물렀다.

 

정체된 시장 분위기 속에서 다시 한 번 반전을 꾀한 AMD는 2세대 라이젠에 총력을 기울였고, 마침내 베일이 벗겨진 4월 19일 대중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향상된 성능으로 반전의 불씨를 지폈다.

2세대 라이젠 코드명 피나클릿지(Pinnacle Ridge)는 14nm 기반의 1세대보다 한층 정밀해진 12nm 공정의 ‘젠+(Zen+)’ 코어를 기반으로 탄생했으며, 캐시와 메모리 속도가 개선돼 IPC(클럭당 성능)는 물론, 전반적인 성능이 향상됐다. 특히 더욱 유연해진 프리시전 부스트 2(Precision Boost 2)는 기존 1세대 기술이 1~2쓰레드 사용 시에만 부스트를 지원하던 것에서 한층 진보해 모든 쓰레드에서 최적의 클럭을 제공하도록 개선됐다. 이는 변속 기어가 단 2개뿐이던 자동차에 16단 변속 기어를 달아놓은 격으로, 각 쓰레드의 활용에 맞춰 더욱 세밀한 클럭 조정이 이뤄지는 2세대 라이젠은 어떤 작업에서도 더욱 효율적이면서도 최적의 성능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를 바탕으로 2세대 라이젠은 기존의 장점인 멀티 성능을 한층 강화하는 한편, 아쉬웠던 게임 성능에서 경쟁사와의 간극을 좁히는데 성공했다. 또한 높은 성능에도 불구하고 전력 소모는 크게 줄였고, 전 세대에서도 호평을 받은 레이스(Wraith) 쿨러를 기본 탑재해 발열도 안정적으로 낮췄다. 즉 2세대 라이젠은 경쟁사를 긴장시킬만한 완전체로 모습을 드러낸 셈이다.

보안 악재 속에서 보급형 300시리즈 메인보드 투입한 인텔, 효과는?
이에 맞서는 인텔은 최근 잇따른 악재를 겪으며 시장 실적에는 한참 못 미치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낙인찍혔다. 히트싱크에 써멀그리스를 사용하는 문제와 같은 자잘한 논란이 거듭 불거지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보안 이슈까지 터지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에 방아쇠가 당겨졌다.

 

멜트다운이라는 치명적인 보안 이슈로 이미지와 자존심을 동시에 구긴 인텔은 부랴부랴 패치를 내놓고 이슈 잠재우기에 나섰지만, 이번에는 성능 하락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또 다시 발목을 잡히는 불운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굳건했던 인텔의 아성은 여전하고, 8세대 프로세서는 이전 세대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실제로 커피레이크 투입 후 라이젠의 점유율 상승이 주춤해진 것은 여전히 앞서는 인텔 프로세서의 성능과 브랜드가 지닌 신뢰가 소비자에게 어필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인텔은 커피레이크 출시와 함께 최고급형인 Z370 칩셋만을 내고 중보급형 메인보드 칩셋의 출시를 미룸으로써 뒷심이 부족한 결과를 초래했다. 사상 최초로 코어를 늘린 신제품까지 투입한 인텔이지만 AMD를 완전히 압도하지는 못했다. 비록 일시적으로 AMD 점유율을 주춤하게 만드는 결과를 내긴 했지만, 오롯이 커피레이크 효과에만 힘입은 결과는 아니었다. 적지 않은 유저들이 2세대 라이젠 출시 소식에 구입을 미루며 대기 수요로 빠진 결과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에 인텔은 AMD의 후속 프로세서의 출시 직전 중보급형 300 시리즈 칩셋 투입과 라인업 확충으로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산이 깔린 포석을 놨다. 하지만 보급형인 H310 칩셋은 물량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고 H370은 애매한 가격 포지션으로 고전 중이어서 보급형 칩셋 투입으로 인한 극적인 상승효과는 아직까지 누리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커피레이크 vs 2세대 라이젠, PC방의 선택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인텔과 AMD의 프로세서 경쟁은 점차 쉽사리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기 어려울 정도의 팽팽한 구도가 되어가고 있다. 현시점에서 여전히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인텔이지만, 이제는 그 격차가 그리 크지 않다는 점 또한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PC방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메인스트림급 그래픽카드에서는 양사 프로세서 간의 게임 성능 차이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AMD가 간극을 좁힌 상황이라 PC방 입장에서는 더욱더 고민이 된다.

▲ (출처: 다나와 리서치)

 

결국 한 번 구입한 제품을 최대한 오래 사용해야 하는 PC방은 이제 비슷한 성능의 최신 플랫폼의 우위를 외적인 부분까지 따져가며 골라야 하는 상황이 됐고, 이는 자연스럽게 플랫폼의 유효기간이 긴 AMD 라이젠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차세대 프로세서에서도 AM4 소켓을 유지하는 AMD는 업그레이드에 드는 비용을 절감해 줄 뿐만 아니라, 윈도우 추가 구매에 따른 지출을 줄여주는 경제적인 이점이 크기 때문이다.

▲ 독일 프로세서 판매량 그래프

 

반면 패치 후에도 보안 취약점이 추가로 발견되며 여전히 몸살을 앓고 있는 인텔은 후속 제품으로 8코어 기반의 최상위 제품이나 10nm 공정 기반의 후속 제품 투입이 예상되고 있다. 이는 인텔의 플랫폼 교체를 뜻하는 것으로, 업그레이드 시 반드시 메인보드까지 교체해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매 신제품마다 소켓 교환을 요구하는 인텔은 이미 다음 캐논레이크 지원에서 Z370 칩셋을 제외했다. 결과적으로 인텔 플랫폼으로 업그레이드하는 PC방은 업그레이드 때마다 윈도우 재구매라는 부가적인 부담이 반드시 뒤따르게 된다.

물론 ‘엔비디아 지포스 GTX1080 Ti’와 같은 최상위 그래픽카드를 탑재하는 하이엔드 시스템을 꾸밀 때는 인텔 코어 i7-8700K를 선택하는 것이 당연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굳이 인텔을 택할 이유는 그리 많지 않다. 이에 반해 AMD는 쇼케이스 PC방에서 확인된 2세대 라이젠의 뜨거운 고객 반응을 통해 고객 만족도에 매출이 좌우되는 PC방이 더 이상 AMD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점마저 분명하게 보여줬다. AMD PC방이 꾸준히 늘어나는 것에 납득할만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최종적인 “인텔 커피레이크냐? AMD 2세대 라이젠이냐?”의 선택은 결국 PC방 업주의 몫이다. 꼼꼼히 따져 비교한 뒤 나름대로의 이유로 혹자는 인텔을, 또 다른 누구는 AMD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효율적이면서 경제적인 AMD 2세대 라이젠이 올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업그레이드하려는 많은 PC방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기에 충분하다는 사실이다. 2000년대 중반 PC방 시장에서 경쟁사를 압도했던 AMD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날이 더 이상 멀게 느껴지지만은 않는 가운데 올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인텔과 AMD가 벌이는 새로운 프로세서 경쟁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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