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빗나간 주먹구구식 법, PC방 업주만 골머리

전면금연 시행 이후 PC방은 정부의 의도대로 담배 청정구역이 됐지만 청정구역을 지켜내는 고된 역할은 PC방 업주만 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업계에 팽배하다. 일반적인 담배와 유사한 전자담배와 권련형 담배가 유행할 때마다 뒤늦게 반응하는 법 때문에 골치가 아픈데 이번에는 ‘비타민 담배’라는 녀석까지 등장했다.

서울시 관악구에서 PC방을 운영 중인 A업주(41세)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오후 3시에 매장으로 출근했더니 손님 한 명이 자리에서 버젓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A업주는 알바생을 나무랐지만 알바생은 “저거 전자담배 아니라던데요?”라며 반문해왔다. 알바생의 대답이 시원치 않다고 느낀 A업주는 흡연 중인 손님에게 가서 “PC방은 금연구역이니 흡연실을 이용해 주세요”라고 요구했다.

손님의 대답은 알바생과 마찬가지였다. 자기가 피우고 있는 이건 타르나 니코틴이 전혀 없는 ‘비타민 담배’로, 생긴 모습만 전자담배일뿐 법정 담배가 아니라는 설명이었다. 때문에 흡연실을 이용할 이유가 없다는 것.

납득할 수 없었던 A업주는 실랑이 끝에 손님을 내쫓을 수밖에 없었다. 인터넷을 검색해가며 ‘비타민 담배’는 법정 담배가 아니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지만 이건 나중 일이었다. 수능 이후 경찰의 단속이 빈번해 졌고, 흡연을 단속하는 경찰도 분명 ‘비타민 담배’를 잘 몰라 자초지종을 설명하려면 고생스러우니 일단 손님을 내보내는 것이 속편하다는 판단에서였다.

더욱이 그 손님은 교복을 입고 있는 학생이었기 때문에 평소 청소년이 흡연실을 출입하는 것도 철저히 제재했던 A업주는 완강한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비타민 담배’라고 불리는 전자담배 모양의 ‘비타민 흡입제류’는 비타민을 수증기 형태로 체내에 흡입하는 비타민 기화기다. 궐련형 전자담배와 구조가 유사하지만 액상에 니코틴·타르 대신 비타민 A·C·E 등이 소량 들어 있고, 금단 현상을 줄여 주는 금연 보조용품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PC방 업주에게 문제의 핵심은 법이다.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는 고객에 대한 처벌은 차치하고, 당장 업주에게 벌금이 부과되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비타민 담배’의 등장으로 이제 PC방 업주는 손님이 피우고 있는 전자담배의 액상에 함유된 물질이 타르인지 비타민인지까지 확인해야할 판이다.

위법 당사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옆에 있었다는 이유로, 위법 행위를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PC방 업주에게도 처벌을 가하는 상황이다. 마치 PC방 업주가 밤 10시가 되면 손님의 나이를 일일이 확인해가며 학생은 내쫓아야 하고, 국내 서비스되는 게임물의 등급을 모두 숙지해 이를 이용하는 손님의 나이와 어긋나지는 않는지 감독해야 하는 비현실적인 현행법들과 동일선상에 놓여 있는 것이다.

A업주는 “비타민 담배는 PC방을 대상으로 하는 법이 얼마나 허술하고 맹점투성이인지를 보여주는 단편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한편, 여성가족부는 지난 11일부터 ‘비타민 담배’를 청소년에게 판매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행정고시를 발효했다. 해당 물품을 청소년에게 팔거나 유통하다 적발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과징금이 부과된다.

‘제품의 사용 방식이 흡연 행위와 똑같기 때문에 청소년 흡연을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렇지만 이미 인터넷쇼핑몰을 통해 불티나게 팔려나간 비타민 담배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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