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10월호(통권 323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블루홀의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가 한국 서비스 초읽기에 들어갔다.

정식 서비스도 아닌 얼리억세스 단계에서 이미 글로벌 시장을 뒤흔들다 못해 스팀 플랫폼 최다 동접 기록을 연이어 갈아치웠다. 이러한 흥행 돌풍이 한국 게임시장 역시 흔들고 있다. 아직 베타테스트 중으로 스팀을 통해서만 이용이 가능하고, 유료 결제를 해야만 하며,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인데도 불구하고 국내 판매량이 50만 장을 넘어선 것은 엄청난 진기록이다.

PC방은 한국 게임산업의 첨병이었고, 국내 게임산업 발전을 견인한 스피어헤드였다. 당연하게도 <배틀그라운드>의 인기는 PC방에도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수많은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PC방 점유율 순위 2위에 올라섰고, 1위 자리를 호시탐탐 노릴 만큼 든든한 유저풀을 보이고 있다.

이런 놀라운 기록과 유저풀을 갖춘 <배틀그라운드> 역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분명 PC방 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국내 정식서비스는 환영할 일이다. 한국 퍼블리셔인 카카오게임즈(다음게임)가 한국 매치 서버를 별도로 개설한다면 브로드밴드에 따라 높은 핑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도 해소되고, 해외 결제에 불편을 겪을 유저층을 추가로 흡수할 수 있다는 점은 고객 규모가 감소하고 있는 PC방 입장에서도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이스포츠와 각종 대회를 계획 중이라고 밝힌 터라 즐길거리도 많아질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걱정이 앞서는 것은 왜일까.
온라인게임 태동 이래 지난 19년 동안 PC방의 입장이나, 특수성을 고려하거나, 그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론칭된 경우를 본 적이 없어서인 듯하다. 물론 <리그오브레전드>와 같이 결과가 좋게 맺어지는 경우나 <블레이드앤소울>처럼 비즈니스모델을 변경하면서 획기적인 변신을 꾀한 경우도 있다. 넥슨처럼 자회사 넥슨네트웍스를 통해 수년에 걸쳐 시스템과 인력구조, 그리고 약관까지 바꿔가며 PC방과의 시각차를 좁히는 노력을 경주한 모범 사례도 있다.

그래서 <배틀그라운드>의 PC방 서비스에 대해 제언하고픈 것이 있다.
지금까지 카카오게임즈가 배포한 보도자료에 표기된 단어와 문맥들을 꼼꼼히 분석해보면 15세이용가 한국 서버가 개설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그리고 PC방 과금은 당연히 이뤄질 것이고, 이를 위해 PC방 프리미엄 혜택이 설계될 것이다.

카카오게임즈도 자선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니 어떤 형태가 되든 PC방 과금을 감수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두 가지만은 꼭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우선 시간당 200원의 벽을 깨는 게임 과금 모델이 채택되길 희망한다. 현재 시간당 200원 이하로 계산되는 요금제는 웹젠이 유일하다. 물론 기준 가격은 200원을 넘는데, 최고가인 80만 원짜리 정량제 상품의 경우 보너스 제공분을 합하면 시간당 194원이 된다. 이 상품도 언제 사라질지 모를 보너스를 제외하고 나면 여느 게임사와 동일해진다.

한때 카카오게임즈가 다음이던 시절, <검은사막>의 PC방 과금을 199원 이하로 책정하기 위해 노력한 적이 있다. 비록 손익분기 등을 고려해 최종 확정된 PC방 과금안은 지금의 것이 채택되었지만, 내부 논의 및 타당성 검토 등이 적극적으로 이뤄졌던 것은 사실이다.

<배틀그라운드>는 상당한 유저풀과 사전 흥행이라는 유리한 카드가 두 장이나 쥐어져 있는 터이니 이번에는 200원의 벽을 깨는 요금제가 선보이길 기대해본다.

199원과 203원.
불과 4원, 2.01%의 차이지만 그 상징성은 실로 엄청나게 크다. 99원이나 110원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딱 200원의 벽 아래로 한 계단만 내려와 주길 희망한다.

다음으로 가치가 있는 PC방 프리미엄 혜택을 기대한다. PC방을 찾는 유저가 원하는 것은 원활하게 구동되는 PC와 PC방 프리미엄 혜택의 높은 가치다. 소비자인 유저는 냉정하다. 자신이 원하는 게임이 원활하게 구동되지 않는다면 뒤도 돌아보지도 않고 떠난다. 이와 더불어 PC방 프리미엄의 가치가 크지 않다면 높은 좌석 점유율을 기대할 수 없다. 지난 수년간 <피파온라인3>가 PC방 이벤트를 통해 막대한 혜택을 내걸면 점유율이 3배 이상 급상승했던 사실은 이러한 명제를 잘 증명해주고 있다.

PC방 프리미엄 혜택의 가치나 희소성, 또는 재미 요소가 유저를 PC방에 찾아올 당위성을 제공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유저가 만족하고, 개발사, 퍼블리셔, PC방 모두에게 득이 된다. 다만, PC방 프리미엄 혜택이 게임 내 밸런스에 여향을 주는 콘텐츠라면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 게임에 불만이 생긴다면 이는 곳 유저 이탈로 이어져 개발사, 퍼블리셔, PC방 모두에게 실이 된다.

그래서 게임에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유저가 PC방을 찾을 이유가 분명한 수준의 PC방 프리미엄 혜택이 설계되기를, 이것이 꼭 실현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잘 반영되어 <배틀그라운드>의 국내 서비스가 유저, 개발사, 퍼블리셔, PC방 모두 웃을 수 있는 결과가 도출되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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