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PC방 주변기기 트렌드를 대표하는 제품을 하나만 꼽자면 단연 기계식 키보드일 것이다. 중독성이 강한 독특한 키감을 비롯해 여러 키를 동시에 누를 때에도 입력에 오류가 발생하지 않는 등의 다양한 장점으로 주목받기 시작해 순식간에 대세가 됐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반드시 그림자도 있는 법, 기계식 키보드 시장이 커질수록 문제도 함께 커졌다. 기존 멤브레인 키보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내구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를 도입한 PC방에서 AS를 받는 일이 잦아진 것이다.

100여 개가 넘는 키로 구성된 기계식 키보드는 단 1개의 스위치에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제품을 통째로 서비스 센터에 보내야하기 때문에 제품 불량률이 다소 높은 편인데, 수리 과정 또한 복잡해 서비스 센터에 입고하더라도 적게는 수일에서 많게는 수주까지 걸리는 문제가 있다. 또한, 업체별로 서비스 정책이나 AS 처리 능력이 천차만별이어서 기계식 키보드를 고민하는 많은 PC방들이 제품 선택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PC방의 불편한 속내를 감지한 앱코는 지난해부터 기계식 키보드 시장에서 많은 판매고를 올리며 단기간에 두각을 나타낸 업체답게 PC방의 가려운 부분인 서비스 불편을 개선하는데 통 큰 투자를 감행했다. 바로 대형 서비스 센터를 일산에 연 것인데, 공장을 방불케 하는 역대급 규모의 센터에서 이뤄지는 일사불란한 서비스 진행 과정을 직접 찾아가 확인해 봤다.


PC방이 보낸 기계식 키보드, 어떻게 처리되나?
지난 5월 문을 연 일산 서비스 센터는 앱코가 취급하는 수많은 제품 가운데 오로지 키보드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센터로, 전문 장비와 20여 명의 숙련된 인력으로 구성된 전담팀을 꾸려 택배로 도착한 불량 키보드를 하루 평균 200여 개씩 빠른 속도로 처리해 내고 있다.

매일 택배로 배달되는 불량 제품이 제 기능을 다 하는 본래의 모습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우선 도착한 제품을 확인하고 컴퓨터에 입력하는 등록 절차부터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도착한 물건의 개수는 물론 발송자에 대한 정보 등이 전산으로 기록되며 눈으로 식별 가능한 불량을 1차적으로 검수하기도 한다.

다음으로는 본격적인 제품의 증상을 확인하고 분류하는 검수 작업이 이뤄진다. 여기서는 불량 증상과 원인을 살피고 수리가 필요한 부품에 따라 구분한 다음 증상별로 본격적인 수리가 이뤄지는 각각의 수리 라인으로 보낸다.

각각의 라인으로 보내진 제품들은 숙련된 전문 인력들이 전용 장비를 이용해 수리를 진행한다. 각 라인에서의 수리가 끝난 뒤에는 입고 시 발견된 불량 증상이 수정됐는지, 다른 문제는 없는지 등을 확인하는 검수 작업을 진행하며, 여기서 완벽하게 수리가 끝났다고 판단되면 그제야 비로소 출고된다. 이 모든 과정이 이뤄지는 데는 약 이틀가량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택배로 오가는 기간을 더하면 평균 약 5일 정도가 소요되는 셈이다.

일반적인 컴퓨터 부품 AS에 비해 다소 길게 느껴지는 서비스 처리 기간이지만, 일산 센터를 총괄하는 이두영 소장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얘기한다. 일산 센터와 같이 분업이 체계화된 경우가 아닌 소수의 인원으로는 증상을 확인하고 수리한 뒤 청소와 검사까지 마쳐야 하는데, 1인이 하루 동안 처리할 수 있는 한계가 서너 개 수준에 불과하기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앱코 역시 키보드 사업을 시작한 초기에는 비슷한 과정을 걸으면서 많은 고객들로부터 불만을 들어왔지만, 전 과정이 체계적으로 분업화돼 처리 속도가 크게 향상된 지금은 당시와 비할 수 없을 정도로 고객 만족도가 향상됐다고 덧붙였다.

PC방이 주의해야할 고장 원인과 빠른 처리를 위한 접수 요령은?
센터에 입고되는 키보드들은 어떤 불량이 가장 많을까? 이에 대한 앱코 측의 대답은 PC방에서 불량을 예방하는 데도 상당히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었다.

가장 빈도가 잦은 불량 증상으로 앱코는 스위치의 고장을 꼽았다. 여러 개의 스위치가 모여 하나의 제품을 이루고 있는 기계식 키보드의 특성상 한두 개의 스위치가 말썽을 일으키는 경우가 가장 많은데, 스위치 교체가 불가능할 경우에는 어쩔 수 없지만, 자가 수리가 가능한 스위치 교환형 제품은 조립하는 과정에서 실수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주의할 필요가 있다.

PC방에서 자주 발생하는 침수사고도 큰 원인이다. 기판과 스위치 등 정교한 부품들로 구성된 제품 특성상 이물질의 침투는 치명적인데, 어느 정도 방수 기능이 갖춰진 제품일 경우에도 고객이 음료를 쏟은 사실을 숨김으로써 부식이 심하게 진행된 뒤에야 뒤늦게 증상이 나타나 손쓸 방도가 없게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손님이 자리를 떠난 뒤 청소할 때 제품에 이상은 없는지 꼼꼼히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불량 증상에 사용자의 성격과 용도가 극명히 드러난다는 것인데, 가령 PC방에서 FPS 게임에 주로 이용한 키보드라면 캐릭터의 이동에 쓰이는 W, A, S, D 키에 불량이 집중되는 모습이었다.

마지막으로 이두영 소장은 제품 접수 시 불량 증상에 대한 간단한 메모를 첨부해 달라고 당부했다. “많은 제품이 증상에 대한 내역 없이 접수되고 있는 관계로 제품의 증상을 파악하는 데만도 상당히 많은 시간이 낭비된다”고 밝힌 그는 “증상이 적힌 메모가 있는 제품이 그렇지 않은 제품보다 우선적으로 처리된다”고 설명하며 더 나은 서비스로 보답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앱코의 새 서비스 센터는 많은 업체가 간과하는 서비스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동종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품의 판매량 못지않게 서비스에도 높은 비중을 둬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모습은 시장 내에서 높은 판매량을 유지하는 앱코의 저력이 결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새로운 경쟁력으로 서비스 강화 카드를 꺼내 든 앱코가 앞으로도 좋은 모습으로 PC방과 상생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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