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5월호(통권 318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자유업이었던 PC방에 등록제가 적용된 것은 2006년이다. 과거 음반비디오물및게임물에관한법률에서 게임산업을 별도로 관리한다는 취지로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이하 게임법)을 2006년에 제정했고 이에 따라 등록제가 시행됐다. 당시 PC방 업계는 격렬하게 저항했다.

 

게임산업이 법률상으로 분류된 배경에는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던 ‘바다이야기’ 사태가 있다. 당시 규제의 초점은 아케이드게임과 아케이드게임장에 맞춰졌지만 덩달아 PC방에 대한 규제도 강화됐다. 그 전까지 신고제에서 자유업으로 전환되며 산업적으로 큰 성장을 이어가던 PC방에 등록제가 도입되면서 먹구름이 감돌았다.

 

등록제가 처음 시행될 당시 PC방 업계는 실효성에 많은 의문을 제기했다. 또 자유업 때는 창업에 별다른 제약이 없던 PC방은 등록 요건을 맞추기 위해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하는 부작용도 낳았다. 당시 2만 여개의 PC방이 존재했기 때문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된 것으로 추산된다.

이 모든 과정의 원흉은 사행성도박장이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됐던 사행성도박장을 규제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에 기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실패한 정책이다. PC방으로 위장 등록한 사행성도박장 수가 정상적인 PC방 수를 넘어버린 것이다.

심각성 인지하지 못하는 정부
PC방 등록제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한 이유는 행정자치부 PC방 등록 현황 자료에서 2016년 등록된 신규 PC방 중 사행성도박장으로 의심되는 규모가 53%의 비중을 차지하는 등 부작용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또 본지에서 지자체 두 곳을 직접 돌며 전수조사한 결과, 의심 매장의 99%가 사행성도박장으로 확인됐다.

사행성도박장을 확인하는 작업은 어렵지 않다. 외관에서부터 정상적인 PC방과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또 이 같은 사행성도박장은 환전 행위가 없다면 수익이 발생하지 않으며, 고객도 가려서 받는다. 하지만 불법 행위를 적발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정부와 경찰은 사행성도박장의 불법 행위를 적발하기 어렵다고 호소해왔다. PC방 등록제를 이용해 정상적으로 매장을 등록했고, PC에 설치되어 있는 게임도 등급 분류를 받은 정상적인 게임물이기 때문이다. 환전 행위는 현장을 적발해야 하고, 불법 게임물에 대해서는 개변조 여부를 확인해야 하지만 법망을 교묘히 피해 증거나 제보 없이 단속 및 적발이 쉽지 않다.

본지도 사행성도박장의 불법 행위에 대한 심증은 깊으나 해당 업소들의 환전 행위를 직접 확인하기 전에는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그동안의 취재로 확인한 사행성도박장들의 영업 형태는 불법 행위가 동반하지 않으면 수익이 일체 발생하지 않는 독특한 특징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문화부는 이 같은 실태를 모두 파악하고 있을까? 아쉽게도 문화부는 현황은 물론, 정상적인 PC방과 사행성도박장을 구분하지도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문화부 “경찰에서 단속 강화해야 할 일”
PC방으로 등록한 매장 중 사행성도박장의 비중이 더 높다는 점에 대해 문화부는 납득이 어렵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사행성도박장과 일반 PC방을 구분조차 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PC방 업계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도 사행성도박장을 퇴출 대상으로 보며, 도박장이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불법 행위를 저지를 수밖에 없다는 점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표하는 것과는 괴리감이 크다.

문화부 관계자는 또 등록제 재검토는 어렵다고 밝혔다. 규제를 완화하는 최근 정부의 정책 노선을 설명하며 진입 장벽을 높이는 조치는 검토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PC방 단체에서 등록제 재검토를 요청하면 민원이기 때문에 검토할 수는 있겠지만, PC방 등록 과정에서 더 이상 높은 기준을 제시할 수는 없다는 논리다.

사행성도박장을 퇴출시키기 위한 대책에 대해서도 경찰이 해야 할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문화부 관계자는 “누구나 PC방을 영위하고 싶다면 등록 요건에 맞추어 등록하면 될 일이고, 등록 이후 발생하는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며 “인형뽑기방과 같이 언론에서 특정 업종에 대한 불법 행위를 고발해 경찰이 단속 강화에 나서는 것처럼 PC방으로 위장 등록한 사행성도박장도 경찰에서 불법 행위를 강하게 단속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밝혔다.

결국 이 같은 문화부의 입장은 PC방으로 위장 등록한 사행성도박장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컴퓨터 바이러스와 백신의 관계와 같이 후 조치에만 매달리겠다는 것이다. 누구나 사행성도박장을 운영할 수 있고, 불법 행위가 적발되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는 의미로 들린다. 또한 사행 행위 근절도 경찰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게임산업의 주무부처가 문제의 심각성과 해결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이 같은 언행을 한다는 것이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인문협 “PC방과 사행성도박장 확실히 구분해야”
문화부의 이 같은 입장과 달리 PC방 단체들은 하나같이 심각하다며 빠른 해결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먼저 (사)한국인터넷PC문화협회(회장 김병수, 이하 인문협)에서는 사행성도박장이 PC방 등록제를 악용하는 문제에 대해 정상적인 PC방이 도박하는 곳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특히 인문협은 사행성도박장과 정상적인 PC방은 전혀 다른 영업 형태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등록제를 적용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지적하며, 최근 매출감소로 어려워진 정상적인 PC방 업주들이 폐업을 고려하기 전 사행성도박장 운영을 고민할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는 게임법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PC방과 사행성도박장을 명확히 구분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상적인 PC방이라면 PC 규모가 20대 이하로 창업이 어려운 것과 같이 일정 대수 이하에 대해 더 많은 규제를 두는 형태로 PC방 등록 요건이 세밀하게 개선되도록 문화부에 정책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조합 “등록제보다 주무부처 변경이 우선”
한국인터넷콘텐츠서비스협동조합(이사장 최윤식, 이하 콘텐츠조합)에서는 사행성도박장과 정상적인 PC방을 동일업종으로 혼동해 업계의 정확한 현황을 파악하기 어려운 문제를 지적했다.

단적으로 금연법 위반 매장에 대한 통계치에 사행성도박장이 포함되어 정상적인 PC방들도 도매급으로 취급되는 것과 같은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그간 PC방 업계의 자정노력과 인식 개선에 큰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또 콘텐츠조합은 현행 PC방 등록제에 대해 “바다이야기와 사행성도박장을 규제하겠다고 만든 것이 등록제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등록제 시행 당시 건축법, 전기사업법, 소방법 등의 온갖 규제로 정상적인 PC방의 폐업이 크게 늘었던 사실을 지적했다. 이 때문에 사행성도박장에 대한 철저한 전수조사와 신고포상제도 운영 등 강력한 단속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더불어 콘텐츠조합은 문화부에서는 더 이상 PC방과 게임산업에 대한 진흥 정책이 나오길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등록제를 재검토하기 보다는 게임산업을 새로운 주무부처로 이관해 PC방과 게임산업의 가치를 제고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했다.

산업과 정부의 불협화음 사행 산업 축출에 발목 잡아
PC방으로 위장한 사행성도박장의 난립을 근절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정부의 안일함이다. 관련 산업에서는 근절의 대상으로 보고 있지만, 정작 이를 규제해야 할 정부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는 단속을 통한 관리의 대상으로만 보는 것이 문제다.

또 사행성도박장의 난립으로 선량한 자영업자들이 정책적 피해를 떠안고 있는 형태도 다양한 문제를 양산한다. PC방은 사행성도박장 때문에 등록제를 맞았고 산업적으로 큰 출혈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정작 이 같은 규제가 오히려 사행성도박장을 양성화하는 결과로 나타났다는 것은 아이러니컬하다.

결국 PC방 단체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PC방 업계가 먼저 등록제의 문제점을 대외적으로 알리고 정부에 대한 정책 건의를 통해 보다 현실적인 제도가 마련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하는 것이다. 문화부 역시 경찰에 책임을 떠넘기기보다는 입법 취지에 부합되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하는 등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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