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4월호(통권 317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요즘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인 사드 문제로 사회 전체가 시끄럽다. 찬반을 떠나 중국의 일명 사드 보복이 대중국 수출 경제에 치명타를 가했기 때문인데, 게임산업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이미 사드 도입 논의가 공개된 2015년부터 그 가능성이 시사되어왔고 급기야 미군의 사드 도입으로 가닥이 잡힌 지난해부터 문화산업 전반에 걸친 규제가 시작됐다.

일명 금한령으로 불리는 사드 보복은 지난해 여름부터 각종 공연의 허가를 사실상 불허하기 시작했고, 한국산 게임들에 대해 판호를 내주지 않는 형태로 강경 대응하기 시작했다. 다만, 게임산업은 여느 문화 산업과 달리 이미 중국의 현지화 전략에 맞추기 위해 합자회사를 설립해서 운용해온 경우가 많아 그나마 숨통이 트여 있었다.

여기에 텐센트와 샨다 등 대형 퍼블리셔들이 금한령 이전에 판호를 받아놨거나 적어도 계약을 맺어놓은 게임들이 많았던 터라 연말연시까지는 상대적으로 무탈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문제는 올해 초부터 나타났다. 반년이라는 시간이 짧지 않은 터라 보유해놓았던 모바일게임들은 대부분 소진되었고, 금한령의 수위는 한층 높아진 터라 수출길은 더욱 가시밭길이 되었기 때문이다.

3월 초부터 게임 판호 금지에 대한 소식이 전해지기 시작한 것은 게임 분야에 대한 제재가 제일 늦게 발동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가장 활발하게 수출을 해놨던 덕에 그 여파가 다른 문화 산업 대비 가장 늦게 나타나게 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온라인게임보다 모바일게임 분야에서 더욱 심각하게 도드라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타이틀 수가 적고 장기간 서비스하는 온라인게임보다 타이틀 수가 많고 서비스 기간이 짧은 모바일게임이 위협을 받기 쉬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온라인게임이 안전한 것은 아니다. 대규모 업데이트 시 콘텐츠 변경 등을 이유로 들어 얼마든지 판호를 취소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과거 중국 정부가 <월드오브워크래프트>에 대해 판호를 여러 차례 거절해 장기간 서비스가 중단되었던 전례가 있는 만큼 이미 서비스되고 있는 온라인게임 역시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

결국 이러한 수출 채널의 불안정성은 내수 시장에 대한 가치를 높이는 대체재 효과를 낳았다.

중국 외 시장에 수출 비중이 높았거나 중국 내 합자회사에 의한 운용이 원활했던 게임사라면 그나마 금한령에 상대적으로 여파가 적었고 앞으로도 적겠지만,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았던 게임사들에게는 녹록치 않은 상황이 닥친 것만은 분명하다.

중국 외 비중이 높았거나 합자회사를 운용해오던 게임사들도 수출 규모가 감소한다는 측면과 시장 불안정성이라는 측면에서 새로운 대안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러한 ‘필요’ 가 내수 시장에 다시 눈길을 돌리는 ‘결과’ 를 낳은 것이다.

게임사, 내수 시장 장악이 새로운 아젠다
여기에 한 가지 더해지는 것이 있다. 모바일게임의 고속 성장과 별개로 온라인게임이 한국 게임 시장에서는 여전히 가장 큰 시장이라는 사실이다.

지난 2012년 이후 4년간 모바일게임은 급속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성장속도가 완만해지기 시작한데다가 빈익빈부익부가 명확해지기 시작했다. 성장 속도가 빨랐던 반면 성장기가 짧고 빠르게 안정기에 접어든 것이다.

실제로 넷마블게임즈와 같이 기록적인 재도약을 일궈낸 성공 신화도 있지만 중견 게임사는 하나둘 사라져가고 있다.

 

그런데 고속성장과 안정기에 접어드는 상황 속에서도 그 규모는 여전히 온라인게임 보다 작다. 2016게임백서에 따르면 2015년 모바일게임 시장 규모는 3조 4,833억 원으로 전년 대비 19.6% 성장했지만 5조 2,804억 원으로 -4.7%를 기록한 온라인게임 시장 규모의 65.97% 수준에 머무는데 그쳤다. 향후 3년간 지금의 양상 그대로 이어진다고 해도 그 격차는 81.78%까지 좁히는데 그칠 전망이다.

여기에 온라인게임으로 분류해야 하는 PC방 부문이 1조 6,604억 원 규모라는 점도 고려할 부분이다. 전부는 아니지만 일부분은 온라인게임 시장에 해당되는 만큼 실제 온라인게임 시장 규모는 5조 2,804억 원보다 더 크다고 봐야 한다.

결국 게임사들 입장에서는 성장하는 모바일게임도 중요하지만 여전히 파이가 가장 큰 온라인게임을 등한시 한다는 것은 영리 추구에 반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결국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 성장세 둔화와 중국발 해외 수출 적신호가 겹쳐진 현시점이 온라인게임으로의 회귀라는 카드를 꺼내들게 만드는 여러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한 셈이다.

기존 게임은 난공불락? ‘재미’ 있으면 흥행
한국 게임사들이 지난 5년간 종주국이자 현모양처였던 온라인게임을 뒤로 하고 모바일게임에 집중했던 이유는 고착화된 온라인게임 시장 때문이었다. 성장세가 둔화되고 신작의 흥행이 연거푸 좌절된 데다가 온라인게임의 매출원이 흔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의 이면의 진짜 문제는 바로 게임사들의 안일한 대응이었다. 본질은 온라인게임 자체가 아닌 유저들의 높아진 피로도와 이를 야기한 게임사의 과도한 페이투윈 집중이 산업을 위축시킨 것이다.

이는 페이투윈을 허용하지 않고 오직 재미로만 승부한 <리그오브레전드>와 <오버워치>의 성공을 통해 여실히 방증됐다. 특히 지난해 온라인게임 가뭄 속에서 등장한 <오버워치>가 크게 흥행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저는 플랫폼은 중요하지 않고 오직 ‘재미’를 원한다는 진리를 다시금 확인시켜준 것이다.

뿐만 아니라 디바이스의 제약이 따른다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역대급 흥행기록을 세우고 있는 <리니지2 레볼루션>만 봐도 플랫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재미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디바이스 사양과 배터리라는 플랫폼의 한계로 인해 앱플레이어가 더욱 주목받게 되는 새로운 트렌드를 양산해내는데 이르렀지만 말이다.

이제 시장의 여전한 규모와 무엇이 중요한지가 명확해진 만큼 온라인게임에서 페이투윈, 수상한 확률형 아이템, 과도한 ARPU 쥐어짜기 등에서 어떻게 탈피할지만 고민하면 된다.

그렇다고 모바일게임 시장이 작은 것은 아니다
세계 모바일게임 시장 규모는 47조 원으로 박스오피스와 맞먹다. 이는 전년도 대비 18% 이상 성장한 것으로, 여전히 글로벌 시장은 한국 대비 가파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을 보면 한국이 글로벌 시장보다 먼저 시작하고 빠르게 성장해온 전례를 비춰보면 세계 모바일게임 시장은 향후 2년간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그 성장세 속에서 플랫폼에 집중한 것이 아닌 재미있는 게임은 꾸준히 출시될 것이다. 개발 노하우와 아이디어는 더욱 다듬어질 것이니 말이다. 물론 한국 게임사들에게는 예견된 미래일 수도, 예고된 악재일 수도 있다. 넓어지고 있는 시장은 분명 희망적이지만 그만큼 강력한 경쟁자도 늘어난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결국 게임사가 경제적 체력을 비축한다는 측면에서, 또 두 마리의 토끼를 노린다는 측면에서 온라인게임에 다시금 발을 들이는 것은 지극히 현실적인 결정이다.

복합적인 이유로 PC방의 가치 부상
여전히 거대한 온라인게임 시장, 온라인게임 신작의 흥행 가능성, 모바일게임 시장의 경쟁 가열 및 성장 둔화, 모바일게임의 고사양화로 앱플레이어 의존도 향상, PC방 운영 시스템의 자동화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 PC방의 활용도가 높아졌다.

당장 매출과 직결되며 게임 유저가 직접 방문하는 곳인 만큼 가장 정확한 타겟 마케팅이 가능하면서 바이럴 마케팅 효과가 가장 큰 채널 중 하나다. 당연하게도 최근 트렌드로 자리매김한 이스포츠와 개인방송을 소화하는데 더없이 좋은 기반으로 각광받고 있다.

여기에 최근 <리니지2 레볼루션>의 흥행으로 PC방에서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을 병행하는 유저가 크게 증가했다. 고사양 모바일게임을 즐기기 위해 PC방을 활용하는 유저 트렌드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현재 전국 PC방의 절반에 해당하는 약 5천 곳 이상에서 앱플레이어가 서비스되고 있으며, 앱플레이어 1개당 약 5.76시간이 구동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부 앱플레이어는 중복 실행이 가능해 정확한 구동시간을 특정하기 어렵지만 구동 시간만큼 유저들의 요구가 결코 작지 않다는 사실은 분명하게 확인된다.

누가 가장 먼저, 가장 많이 변할까?
게임산업의 흐름과 PC방의 자동화가 맞물리면서 PC방의 마케팅 채널로의 가치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비단 사드로 촉발된 금한령 때문만은 아니지만 금한령이 분수령이 되어 국내 내수 게임 시장, 온라인게임 시장, PC방이 재조명받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어떤 것이 주된 원인이든 지난해부터 게임사들은 온라인게임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고 있고, PC방에 대한 이벤트나 서비스 방침에 변화를 주고 있다. 좀 더 멀리 그리고 깊게 들여다보자면 시장 자체를 교란하는 부정이용행위, 즉 VPN과 지피방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선 것도 궤를 함께 하는 맥락이다.

하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도 많다. 당장 VPN과 지피방은 단속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교묘하게 게임산업을 교란하고 있다. 저작권자인 게임사가 보다 적극적인 단속과 강경한 법적 대응에 나서야만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한 상황이다.

아울러 PC방 프리미엄 혜택의 강화는 물론 전용 혜택이 필요하다. 현재 넥슨과 엔씨소프트 등이 앞장서 PC방 프리미엄 혜택을 강화하고 이벤트를 확대하고 있는데, 좀 더 많은 게임사가 좀 더 최근 PC방 트렌드에 맞춰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을 모두 서비스하는 게임사의 경우 이 둘을 어떻게 연결하여 PC방과 콜라보레이션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하는 단계에 서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PC방 전용 혜택에 대한 필요성도 높아진 상태다. 이미 엔씨소프트가 <블레이드앤소울>과 관련해 PC방 전용 코스튬을 내놓아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고, 넥슨 역시 방학 시즌마다 PC방 전용 시즌제 이벤트를 기획해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해왔던 만큼 어떠한 형태이든 PC방 전용 혜택의 효과와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모바일게임에 대한 푸시 마케팅이 원활하지 않다면 게임 유저가 직접 머물러 게임을 즐기고 있는 PC방에 대한 전용 혜택으로 유저들에게 어필하는 방법을 모색할 필요도 있다.

아울러 간혹 PC방 프리미엄 혜택과 동일한 기능을 갖는 캐시아이템을 기획, 판매하는 게임사가 있는데, PC방을 전문화된 마케팅 채널로 활용하는 방법을 원천 차단하는 가장 우매한 마케팅 방법이라는 측면에서 최근에는 지양하고 있다.

결국 고사양화된 온라인게임이 제공하는 높은 체험성에 대한 기대와 만족은 일정의 온라인게임 시장 규모를 유지할 것이며, 모바일게임의 해외 수출 유동성으로 인해 내수 시장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온라인게임-모바일게임, 그리고 PC방을 하나로 묶을 콜라보레이션의 효과가 기대되는 유저풀이 형성되었다. 이제 이렇게 형성된 환경을 어느 게임사 먼저 최적화된 마케팅 기법으로 선점할지에 따라 새로운 헤게모니를 거머쥐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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