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4월호(통권 317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AMD가 4년 동안 야심차게 준비한 차세대 프로세서 라이젠이 시장에서 호평을 받으며 인텔 천하에 반기를 들고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아직 성능에 대한 의견은 다소 분분하지만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해왔던 인텔에 오랜만에 맞수가 등장한 것만은 틀림이 없다. 이처럼 하드웨어 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라이젠이 PC방 업계에 주는 진정한 의의는 무엇일까?

완전히 새롭게 설계된 CCX 구조의 라이젠
라이젠 프로세서는 코어 2개를 하나의 모듈에 담은 불도저의 모듈식 구조를 뒤엎고 완전히 새로운 설계로 약 4년 여간 공을 들여 개발한 젠(Zen) 아키텍처 기반의 차세대 프로세서다. 2000년대 초반 AMD의 전성기를 열었던 애슬론64 시리즈의 개발자인 짐 켈러가 다시 AMD에 복귀해 개발을 주도한 라이젠은 개발 목표로 삼았던 이전 세대 대비 40%의 IPC(클럭당 성능) 향상을 초과 달성하며 52%의 성능 향상을 이뤄냈다.

▲ 라이젠(Ryzen) 프로세서의 개발을 진두지휘한 AMD CEO 리사 수(LISA SU), 기울어져 가던 AMD를 되살린 일등공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4개의 CPU 코어와 8MB L3 캐시를 합친 CCX(CPU COMPLEX) 단위 구조를 채택한 라이젠은 코어 내에 포함된 L1(명령 캐시 64KB + 데이터 캐시 32KB) 및 L2(512KB) 캐시 메모리와 모든 코어가 공유하는 8MB(16-way) L3 캐시 메모리로 구성됐다. 8코어 프로세서 제품의 경우 2개의 CCX로, 서버용 32코어 프로세서 ‘네이플즈(Naples)’의 경우 8개의 CCX로 이뤄진다.

 

여기에 인텔의 하이퍼쓰레딩과 유사한 개념의 SMT(Simultaneous Multithreading)를 도입해 각 코어당 2개의 쓰레드를 추가함으로써 다중 작업에 따른 코어 활용을 보다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했다.

▲ 5가지 신기술의 SenseMI로 더욱 똑똑하게 반응하는 라이젠 프로세서

 

또 5가지 신기술을 통합한 ‘AMD SenseMI Technology’를 적용해 유저의 프로그램 활용 패턴을 머신러닝을 이용해 학습한 뒤 더욱 빠르게 대응하며(Neural Net Prediction, SMART PREFETCH), 100개의 센서와 함께 최적의 성능과 전력 소모를 위해 클럭과 전력이 각각 밀리세컨드(ms) 단위에서 독립적으로 자동 조절되고(Pure Power, Precision Boost), 수랭 솔루션이나 액체 질소 등으로 쿨링 성능이 향상되면 이에 맞춰 자동으로 클럭을 향상(Extended Frequency Range)시키도록 했다. 즉 단순히 성능만을 끌어올리는데 그치지 않고 사용 환경에 맞춰 똑똑하게 반응하도록 한 것이다.

경쟁 상대인 인텔을 위협하는 뛰어난 가성비
이런 설계로 기존 AMD 프로세서의 부진했던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버린 라이젠은 인텔의 고성능 프로세서 라인업인 HEDT(HighEnd DeskTop) 제품군을 겨냥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말 Zen 아키텍처의 프리뷰 이벤트인 뉴호라이즌(New Horizon) 행사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라이젠은 각종 벤치마크에서 압도적인 성능을 발휘하면서도 더 낮은 전력 소모와 저렴한 가격을 뽐낸 것이다.

▲ 라이젠은 이전 세대 대비 IPC 성능 향상 40%라는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이는 다중 코어 및 멀티쓰레드 컴퓨팅을 위한 합리적인 가격대의 프로세서가 등장했음을 의미한다. 컴퓨팅 트렌드가 점차 다양한 작업을 동시에 즐기는 멀티태스킹으로 전환하고 있음은 최근 PC방에서도 늘어나고 있는 앱플레이어와 인터넷 방송의 수요에서도 나타난다. 라이젠은 바로 이런 멀티태스킹 시대를 본격적으로 이끌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인 것이다.

알찬 구성으로 인텔과 피할 수 없는 경쟁 예고
이런 라이젠은 AMD라는 이름만으로 낮은 기대치를 가졌던 대중들의 인식을 크게 전환시키며 경쟁상대인 인텔을 위협하고 있다. 거북이와의 경주에서 방심했던 토끼마냥 시장 우위에 안주하며 프로세서의 성능 향상을 위한 신 공정 개발에 소극적이었던 인텔은 더 이상 자사의 이전세대 프로세서를 경쟁상대로 삼기는 어려워진 것이다.

▲ 소음과 발열 성능을 크게 개선한 1세대 레이스 쿨러에 이어 2세대에서는 LED까지 더해 기본쿨러의 상품성을 극대화했다

 

 

뿐만 아니라 AMD가 RGB LED까지 지원하는 레이스 맥스(Wraith Max)와 스파이어(Spire)라는 걸출한 기본 쿨러를 내놓고 히트싱크와 코어를 용접하는 고효율 숄더링 방식을 채택한 것이 알려지자 수년간 쿨러의 개선은 커녕 숄더링 대신 써멀그리스 방식으로 원가절감을 꾀해 일명 ‘뚜따(히트스프레드를 열어 효율이 높은 써멀그리스를 재도포하는 행위)’라는 튜닝이 성행하게 만든 인텔의 행위가 대조되면서 대중들로부터 비난까지 일고 있다. 이제 인텔은 더 나은 성능의 제품을 선보이거나 기존 제품을 합리적인 수준의 가격으로 내려야 하는 상황까지 왔다.

 

본격화되는 CPU 전쟁, 소비자 입장인 PC방은?
오랜 기간 이어진 인텔의 독주를 막은 라이젠은 PC 환경에 본격적인 멀티코어 바람을 일으킬 것이 분명하다. 그것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이는 대량 구매자 입장인 PC방에서 선택의 폭이 넓어졌으며 더 나은 제품을 더욱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양사 경쟁으로 빚어진 혜택은 오롯이 PC방이 누리게 된 셈이다. 이제 PC방은 앞으로 본격적인 경쟁이 펼쳐질 AMD와 인텔의 대결 추이를 지켜보면서 합리적인 선택을 고민하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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