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月刊 [아이러브PC방] 12월호(통권 289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세계 최초의 온라인게임(MUG) <바람의 나라> 개발, 수많은 수식어와 기록을 겸비한 PC방 성장 파트너 <리니지> 개발 등 PC방 업계와는 그 인연이 깊게 맺어져 있는 송재경 대표를 만나 최근 개발중인 <문명온라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여전히 부족하지만 만족한다”
송재경 대표는 온라인게임에 있어서, 또 PC방에 있어서 한 획을 그은 기념비적인 인물이다. 그가 의도한 것은 아니더라도 그가 만들어낸 게임들이 PC방과 맞물려 함께 성장했다는 사실만은 틀림없다.

그런 그가 세계적인 ‘문명’ 시리즈의 온라인 버전인 <문명온라인>을 만들고 있다. 놀랍게도 ‘문명시리즈’게임에서나 볼 수 있었던 세션제가 도입되어 새로운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송 재경 대표는 “승리 조건을 맞추면 끝나는 문명 시리즈를 원작으로 해서 만들어야 하는 것이라 개발 초기부터 타협의 여지가 없었다”며, 그 덕에 여기저기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 반대, 질시, 투기 또 공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회고했다.

1차 비공개시범서비스 1달 전에는 ‘이게 게임이 되긴 되려나?’하는 회의가 들기도 했으나 사내 전사 테스트 중에 ‘로마 문명이 새 도시 건설을 시작합니다’라는 문구가 뜨자 생각지 못했던 애국심이 발동되면서 이 문명에 무언가 기여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적극적인 플레이를 시작하게 됐다며 <문명온라인>의 동기부여를 소개했다.

 

 

 사실 <문명온라인>이 1차 비공개시범서비스에서 남긴 결과는 여럿 있다. 우선 자연발생적인 커뮤니티다. 1차 비공개시범서비스 당시만 해도 안정적인 플레이 자체와 세션제의 가능성을 점치기 위함이었지만, 문명간 충돌 상황에서 전투와 개발 그리고 오피서라는 커뮤니티가 체계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송재경 대표는 이러한 자연스러운 리더들의 출연에 놀랐고, 운영팀으로부터 “꼭 사람 많은 문명에 들어가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 리더쉽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보고를 받기도 했다고 한다.

“시드마이어도 만족하고 있다”
시드마이어 반응도 궁금했다. 송재경 대표는 초반에 1시간 가량 대면해 기획 컨셉 방향성을 전했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이후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PD를 통해 꾸준히 의견을 내주고 있는데 대체적으로 만족하고 있다고 전해왔다고 한다.

2K게임즈에서 자체 비용을 제공해 외부 QA나 평가하고 싶어한다는 루머에 대해서는 금시초문이라며 오히려 루머의 내용을 되물었다. 송재경 대표는 “2K게임즈가 자체 비용으로 QA와 평가를 해준다면 버그도 찾을 수 있고 비용절감도 될 수 있으니 오히려 좋다”며 <문명온라인>을 자신했다.

다만, 2K게임즈가 보안에 특히 신경쓰는 기업이라 화이트 해커에 의뢰해 보안 테스트를 진행한 바는 있다며 이에 대한 내용이 와전 혹은 곡해됐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1차 비공개시범서비스 전에 한번, 최근에 한번 보안 테스트를 진행했다고 한다.

다음 지스타 개최지는 어디?

 

 

   
송재경 대표는 한국 게임산업 특히 온라인게임을 대표하는 인물인 만큼 지스타의 개최지에 대한 의견이 궁금했다. 서병수 부산시장에 대한 게임인들의 반발심이 크기 때문이다.

 

송재경 대표는 이런저런 분들하고 얘기를 나눠봤다고 운을 띄우고는 인구, 관광, 숙박 등 여러 인프라 조건을 고루 갖춘 곳은 부산 외는 서울 정도라 “현실적으로 대안이 없는 듯 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항간에는 이전에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B2C를 안하는 방법이나 B2C와 B2B의 분산 개최에 대한 의견도 있다. 송재경 대표 역시 현재 정체된 게임 시장 여건 상 B2C에서 이유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라는데는 동의하며, B2C를 안하거나 제주도 분산에 대한 가능성에는 흥미를 보였다.

다만 과거 E3 사례에서 보듯 B2C의 과도한 고비용화로 인해 B2B로 전향했다가 3년만에 다시 B2C가 진행되기 시작한 점을 감안한다면 게임사들은 2~3년 정도의 주기마다 대중적으로 어필해야할 때 B2C에 참가하는 방법도 괜찮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요구사양 점차 낮추고 글로벌 대중성 높일 터”
분명 <문명온라인>이 글로벌 기대작인 것은 사실이나 지나치게 고사양이라 PC방 PC 사양으로도 부담스러운 것 또한 사실이다. 이에 대해 “보이는 퀄리티에 비해 과도한 사양 요구했던 것은 우리도 인지하고 있다”며 “최적화를 많이 해서 요구사양이 낮아졌고, 오픈 전까지 더 낮춰나가겠다”고 밝혔다. PC 업그레이드 정체에 대한 현실과 중국 및 유럽 등 글로벌 시장 진출 위해서는 사양문제를 꼭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직시하고 있었다.

 

   

동서양 유저를 포괄할 수 있는 대중성에 대한 고민도 내비쳤다. 캐릭터와 배경의 시각적인 문제인데, ‘문명’ 특성상 시대가 쭉 변해야 하는데 실사풍이면 캐릭터는 맞출 수 있는데 배경을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16km에 달하는 공항과 거대한 피라미드를 실사로 표현했다가는 게임을 즐길 수 없는 상황이 될 터다. 반대로 실사풍 미니어처로 한다면 너무 초라해보이는 문제가 있다. 결국 만화풍으로 디폼해 풍자성도 얻고, 캐릭터도 당연히 배경에 맞춰 디폼하는 방향을 선택한 것이 지금의 <문명온라인>이다. 전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스타일 찾다보니 동양에서는 서양풍, 서양에서는 동양풍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헤어스타일이나 어깨 등 캐릭터의 과장을 조금 절제해 좀 더 범용적으로 개량할 계획을 귀띔했다.

“난 <문명온라인>이 너무 자랑스럽다”
문명온라인은 어느 정도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냐는 질문에는 “어머니가 제일 조심할 것이 입방정이라더라”며 말을 아꼈다. 다만, “난 <문명온라인>이 너무 자랑스럽다. 굉장히 의미있는 게임을 만들고 있는 중이고, 성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개발팀에 있어서는 역사에 한 획을 그을 게임을 만들고 있다”는 말도 잊지 않고 덧붙였다.

진솔하기에 더욱 기대돼
송재경 대표는 나이가 들면서 관조적이 되었다면서도 자신의 개발작들과 함께해온 PC방 업계에 대한 번창을 기원했다. 가끔 꾸밈없는 직언으로 엑스엘게임즈 직원들과 기자들을 당혹스럽게 하기도 하지만 언제나 다 함께 잘 되길 바라는 애정과 잘 못된 것은 바로잡혀야 한다는 신념이 담겨있기에 오히려 진솔함 그 자체였다. 인터뷰동안 화려한 미사어구로 포장하기보다는 잘 만들어서 잘 서비스하겠다는 취지의 발언들이 오히려 더 큰 신뢰감을 주는 듯 했다. 그런 그가 만들고 있는 글로벌 기대작 <문명온라인>이 게임 유저들과 PC방에서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자못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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