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진상가 '하진식' 상조회장 인터뷰

   
 

▲ 나진 '컴퓨터 상우회' 하진식 회장

 

PC시장이 본격적인 비수기로 접어든다고 하는 4월이 시작되었다. 대한민국 PC유통의 메카라 할 수 있는 용산전자상가의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나진상가 하진식 상조회 회장을 만나 현재 PC유통 시장상황과 용산전자상가 입주업체 현황을 알아보았다.

나진상가는 용산전자상가 중 가장 역사가 오래된 상가라고 한다. 1987년 서울시는 수도권 정비계획 및 농수산물 유통구조 개선사업의 일환으로 용산 청과물 시장의 상인들을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으로 이전시키고 세운상가 상인들을 용산으로 유치, 용산을 새로운 전자 유통단지로 조성했다. 종합 전자상가의 성격으로 시작되었으나 PC보급이 늘어나면서 컴퓨터 관련업체들이 하나둘씩 늘어 명실상부한 국내 컴퓨터 유통의 핵심이 되어갔다. 나진상가가 컴퓨터 집단상가의 초석을 마련했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 후 원효상가, 선인상가, 터미널상가, 전자랜드, 전자타운 등 점차 현대적인 모습을 갖추고 고객들의 접근성이 용이해진 집단상가가 생겨나면서 나진상가의 입지는 조금씩 줄어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인접해있는 철도정비창이 이전하게 되어, 약 56만평의 대지에 벤처기업단지, 컨벤션센터, 상가가 증축될 예정이라 전자상가로의 외형적인 모습은 점점 나아지겠지만 입주한 업체들은 불경기에 경쟁업체까지 늘어간다는 걱정이 앞선다고 한다.
다음은 입주업체들의 상황을 대변할 나진식 회장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 요즘 용산전자상가(나진상가)의 분위기는 어떠한가?

한마디로 좋지 않다. PC시장뿐만 아니겠지만 전체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고,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져있는 것 같다. 예전처럼 비수기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성수기라 할 수 있는 지난 겨울방학과 신학기 시즌에도 상가 매출이 눈에 띄게 늘지는 않았었다. 상가 입주업체들이 점점 영세화 되어가고 있고, 간간히 파산하는 업체들도 있다. 온라인판매에 주력하는 업체들이 현상유지 정도를 하고 있었지만, 가격비교 사이트와 오픈마켓(옥션, G마켓 등)이 활성화 되면서 그나마 매출이 줄고 있는 상황이다.

▶ 나진상가 상조회와 역할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달라.

정확한 명칭은 ‘나진 컴퓨터 상우회’다. 나진상가에는 총 2,000여개 업체가 입주해있고, 그 중 컴퓨터 관련업체는 500개 정도이다. 컴퓨터와 관련된 모든 업종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500개의 회원업체가 상호간에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각 업종별로 협력하여 공익을 도모하는 역할을 한다. 그 외 상가 자체행사 등을 주관하고 입주업체의 권익보호를 위해 많은 활동을 한다.

▶ 나진상가가 다른 상가와 차별화된 점이 있다면?

솔직히 말해 특별히 차별화된 점은 없다. 하지만, 상가를 찾는 고객에게 저렴한 가격과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확신한다. 유동인구가 많은 용산역과 거리가 멀어 다른 상가에 비해 찾는 고객이 많지 않아 복잡하지 않고, 쾌적한 환경에서 물건을 구매 할 수 있다. 모든 회원업체는 고객들에게 쾌적한 쇼핑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다.

▶ ‘아이러브PC방’은 전국 2만개 PC방에 발행되는 신문이다. PC방 시장을 어떻게 보는가?

컴퓨터 관련 사업을 하는 모든 업체들이 마찬가지겠지만 PC방은 나진상가의 매우 중요한 고객 중 하나다. PC방이 생기기 시작한 98년부터 얼마 전까지 상가 매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했었다. 최근 들어 ‘PC방 프랜차이즈’와 렌탈, 리스 등 금융상품을 결합한 대기업 PC들이 생겨나면서 비중이 줄어들긴 했지만 용산전자상가의 활성화에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앞으로도 PC방이 더욱 활성화되어 상가 매출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 컴퓨터 관련 사업을 하면서 가장 힘든 부분은 무엇인가?

카드 수수료와 세금 부분이다. 일부 업체들의 과다경쟁과 온라인판매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마진폭은 급격히 줄어들고, 카드사용이 보편화 되면서 카드사별로 3~5%에 달하는 가맹점 수수료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유통 마진율 보다 더 큰 부가세 부분은 ‘자료상’이라는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이런 문제들이 지속된다면 영세한 집단상가 상인들의 연쇄적인 파산을 불러오는 심각한 상황을 만들 수 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카드사와 정부당국은 이점을 유심히 살펴 해결방안을 마련해야할 것이다.

▶ 마지막으로 ‘아이러브PC방’과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이러브PC방‘은 전국 2만여개의 PC방과 컴퓨터 관련업체 관계자들이 보는 신문이라고 들었다. 그만큼 PC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러브PC방’을 구독하는 모든 독자들이 나진상가를 포함한 용산전자상가의 영세한 업체들에게 많은 관심과 애정을 부탁드린다. 또한 시들해진 PC방 시장이 다시 예전처럼 활성화되어 용산전자상가에 활기를 불어넣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터뷰 시기가 좋지 못했던 것 같다. PC방이 급속이 늘어나면서 용산전자상가가 활기에 넘치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하진식 회장을 만났다면 좀 더 즐겁고 재미있는 얘기가 오갔을 것이다. 다시 그런 날이 돌아올 것을 기대하면서 아쉽고 짤막한 인터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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